매력적인 서브남주와 드라마의 성패 '로맨스가 필요해'의 남궁민, '응급남녀'의 이필모, '별에서 온 그대'의 박해진를 중심으로 TV 읽기



매력적인 서브남주와 드라마의 성패
'로맨스가 필요해'의 남궁민, '응급남녀'의 이필모, '별에서 온 그대'의 박해진를 중심으로

서브남주의 캐릭터가 어떻게 잡히는지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갈리기 시작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꽃보다 남자>가 그토록이나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구준표역의 이민호에 못지 않은 김현중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은 바 크고, 얼마 전의 <상속자들> 역시 마지막까지 그 팽팽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김우빈의 공이다. 김우빈의 매력은 그 전작 <학교 2013>에서도 진작 폭발했었지만 그의 특기가 껄렁한 우수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분명해진 작품은 아무래도 <상속자들>일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과 역할이야 물론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미친 미르'지만 그 작품이야 워낙 매니악한 작품이고 앞으로 더 이상 그럴 역할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 그냥 추억으로 묻어둘 생각이다. 어찌 됐건 김우빈에겐 그만의 고유한 역할과 색깔이 분명해질 일만 남았다. <응답하라 1994>의 경우 서브 남주였던 칠봉이가 마지막으로 가며 비중도 줄고 나정이가 그를 거절하는 빌미가 적당하지 않아 많은 팬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어느 드라마나 주인공의 마음이 어디로 가느냐에 대한 팬들의 지지는 갈리기 마련이지만 그 부분의 정리가 매끄럽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도 작가와 연출은 감안해야 한다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도 서브남주와 서브여주들이 존재한다. 잘 되는 드라마의 경우는 이들이 화제가 되며 주연을 위협할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덜 되는 드라마는 그런 화제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확실히 드라마의 인기와 서브캐릭의 견고함은 유관하다. 주인공이 아닌 서브 캐릭터의 이야기가 견고하고, 그가 지닌 감정이 전달될 정도로 탄탄해지려면 작가나 연출이 그 배역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고, 그 배역에 그 정도 중요도를 부여했다는 것이라면 그 드라마 전체에 작가나 연출이 기울이고 있는 공력이 얼마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서브 캐릭터가 드라마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고, 오히려 주인공보다 더 탄탄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공한 드라마는 주요 배역 이외의 역할에도 각자의 드라마가 생기고 그런 점이 시청자 각각의 마음을 실을 대상이 생겨 그들에 대한 애정도 싹트는 것이다.

<로맨스가 필요해 3>은 드라마의 존재 이유가 남궁민과 왕지원이다. 성준은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너무 존재감이 약하고, 김소연은 지나치게 우왕좌왕하고 있어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그 반대측에 있는 남궁민과 왕지원은 상당히 생생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왕지원이 맡은 오세령 역이야 전적으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고, 선보이고 있는 빼어난 스타일도 주목을 끄는 요소인 까닭에 스스로의 매력을 더 높이고 있다. 더구나 그녀가 보여주는 솔직함은 강태윤(남궁민 분)에게 뜬금없이 집착하고 매달리는 몇몇 순간을 제외하고는 퍽 예뻐 보인다. 엄청난 자신감이 밑바탕에 있지 않고서는 보이기 힘든 태도인 걸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남궁민 역시 서브 남주로서의 매력을 많이 갖고 있는 역할이다. 능력있고(주인공의 상사), 상냥한 미소와 달콤한 칭찬을 적절하게 해주며, 로맨틱한 상황을 리드하는 용감함도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왕지원과의 관계에서의 불투명함과 신주연(김소연 분)을 그 관계의 해법으로 이용하는 등 비겁함과 치졸함이 드러나 매력이 반감되기는 했다. 그러나 확실히 주인공인 성준보다는 확실히 어른스럽다. 믿을 만한 즉 의지하고 존경할 만한 상대로 부각되는 것이다. 수많은 마마보이 혹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많은 현실의 남자들을 생각해 보면 남궁민의 몇몇 특성은 거부할 수 없는 장점이다. 게다가 남궁민의 '주인공 잡아먹기' 신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어느 멋진 날(2006)>에서, <내 마음이 들리니?(2011)>는 물론이고 특별출연했던 <청담동 앨리스(2012)>에서도 그는 강하게 남았다. 사실 그 옛날의 <번지점프를 하다(2000)>와 <나쁜 남자(2001)>에서도 이미 그 싹수가 보이긴 했다. 문제는 남궁민이 원톱을 맡았을 때 그 정도의 파괴력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 서브 남주로서는 강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가 원톱일 때는 그만큼의 폭발력이 없다. 그 이유와 앞으로의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지만, 그가 갖고 있는 상당한 매력과 흠잡을 데 없는 연기는 그냥 서브남주만 하고 있기에는 좀 아쉽단 생각이 든다.

<응급남녀>의 이필모 역시 오랜만에 좋은 역할을 맡은 듯하다. 그 역시 이런저런 드라마에서 시시껍절한 역할을 맡은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적당히 심각하면서도 슬픔과 고통이 있는 인물로 나와 과거와 현재를 아슬아슬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업에 대한 강한 애착, 원론적인 해결, 불타는 정의감 등이 다른 인물들의 코믹함을 중화하며 극 전체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물론 이 역시 그의 연기력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배역들이 기묘할 정도로 과장하는 마당에 무거운 인물이 있어 균형을 맞춰준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 본다. 덕분에 이필모는 주인공이 아니면서도 극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다른 역할과 배역을 휘두르거나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극의 구성상 배역의 위치상 어쩔 수 없긴 한데, 이필모의 역할 비중이 커지면 이 드라마는 산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여주인공인 송지효가 남주인공인 최진혁에 쌓인 감정이 많이 때문에 쉽사리 균형추가 넘어가진 않겠지만 8회까지 진행된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대 이필모가 커질 여지는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 송지효를 도와주는 일이 몇 번만 더 생긴다면 백퍼센트 아닐까? 물론 결말이야 정해져 있겠지만.

박해진 역시 <별에서 온 그대>에서 서브남주다. 그러고 보면 박해진은 주로 가족 드라마에 출연해와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그 역할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중국 드라마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가 출연했던 중국 드라마는 어쩐지 트렌디 드라마 느낌이라 한국에서 방영된 작품들보다는 극에서 그가 맡은 비중이 컸을지도, 어찌 됐건 한국에서 박해진은 순한 얼굴 탓인지 비중이 크지는 않다. 역할도 늘 순한 편이고,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좋은 사람 역할에 충실했다. 그런 탓인지 이번 <별그대>에서의 휘경 역할은 좀 낯설다. 천송이에 대한 지순한 마음은 전달되지만 뭔가 나사 빠진 사람 마냥 가볍고 못나 보였다. 물론 마지막으로 치달으며 그가 지녔던 고민과 고통이 구체화되면서 보다 입체적인 인물이 되긴 했지만 주인공을 위협할 정도의 압도적인 매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협조하는 느낌이랄까? 주인공을 위협할 정도의 존재감은 신성록이 뿜어 내고 있고, 박해진은 거기서도 밀리는 느낌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유세미 역의 유인나가 생각보다 착하기 때문도 있겠고, 워낙 김수현과 전지현이 잘 나가서도 있겠다. 병신력은 높지만 인기는 가장 덜한 캐릭터랄까?

서브남주의 매력은 여자 주인공을 얼마나 흔드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여자 주인공을 흔들 때마다 시청률은 올라 가고, 시청자들의 마음도 흔들린다. 그렇게 흔들기 위해서는 때때로 바보같은 짓도 하고, 뻔히 남자 주인공 좋은 일인지도 알면서 양보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순간이 명분이 어설퍼지면 그 드라마는 실패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 것도 그렇고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도 거기에 달렸다. <별그대>는 누가 뭐래도 성공작이다. 표절 시비도 있었고, 쉬지 않고 남발하는 우연의 중첩도 불편하지만 일반 대중은 초능력과 판타지를 택했다. 전지현이 갈아 입고 나오는 수많은 명품 옷에 대한 관심과 함께 김수현의 인기도 쉽게 사그라들 거 같지 않다. 그러나 과연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말할 수 있을까? <응급남녀>나 <로맨스가 필요해 3>은 <별그대>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할 것이다. 일단 케이블이기에 그렇고 주인공들의 인지도와 티켓 파워 역시 비교할 만하지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들은 성공적인 서브 남주를 내놓았다. 김우빈(상속자들의 푀영도 역)이나 유연석(응사의 칠봉이 역)만큼의 성공적인 서브남주들은 아니지만 여성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판타지를 주는 역할이다. <보고싶다(2012)>의 유승호처럼 또는 <내 마음이 들리니(2011)>의 봉마루(남궁민 분)처럼 주인공을 씹어 삼켜 버릴 것처럼 폭주하는 서브 남주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혹은 연출이 지나치게 감정 이입해 버려 드라마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과 비중. 애초에 전제했던 것에서 시청자의 반응을 보아 가감할 때 잡아야 할 기준같은 게 조금은 선명하다면 좋겠다. 드라마가 사전 제작이 아닌 까닭에 그 불안함을 감수하고 보고 있는 것은 시청자니 말이다. 애정을 갖고 보고 있는 시청자 대부분이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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